- 수소·AI·로보틱스부터 인도 150만 대 생산체제까지...현대차그룹,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점검
2026년 새해 벽두부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전 세계를 무대로 숨 가쁜 행보에 나섰다. 불과 열흘 남짓한 기간 동안 중국, 미국, 인도를 차례로 오가며 글로벌 핵심 시장을 직접 점검하고, 미래 성장 동력에 대한 구상을 구체화했다. 단순한 현장 방문이 아닌, 현대차그룹의 현재 경쟁력과 미래 전략을 동시에 확인하는 ‘광폭 글로벌 경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일정은 정의선 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강조한 “지속적인 체질 개선과 생태계 경쟁력 강화”라는 메시지의 연장선에 있다. 모빌리티를 넘어 수소, AI, 로보틱스 등 산업 패러다임 전환의 한가운데에서 현대차그룹이 어떤 선택을 하고, 어디로 나아갈 것인지를 직접 챙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중국에서 수소·배터리 협력 모색...전략적 관계 재정비
정의선 회장의 첫 행선지는 중국이었다. 대통령 국빈 방중과 연계해 베이징을 찾은 그는 한·중 비즈니스포럼에 참석해 현지 경제인들과 폭넓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해 상하이 모터쇼 이후 약 8개월 만의 중국 방문으로, 급변하는 중국 자동차·에너지 시장을 직접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정 회장은 세계 최대 배터리 기업 CATL의 쩡위친 회장과 만나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산업 전반에 대해 심도 깊은 의견을 교환했다. 또한 중국 최대 에너지 기업 시노펙의 허우치쥔 회장과는 수소 산업을 중심으로 협력 가능성을 논의했다. 글로벌 수소차 시장에서 선도적 위치를 유지하고 있는 현대차그룹과, 녹색 수소 플랜트를 본격 가동 중인 시노펙의 이해관계가 맞닿아 있는 지점이다.
이와 함께 기아의 중국 합작 파트너인 위에다그룹 경영진과도 만나 협력 관계를 재확인했다. 현대차그룹은 중국 시장에서 전용 전기차 출시와 EV 라인업 확대를 통해 반등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CES에서 확인한 AI·로보틱스...빅테크와 미래 동맹 강화
중국 일정을 마친 정의선 회장은 곧바로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이동해 CES 2026 현장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그는 AI와 로보틱스 등 미래 산업의 흐름을 직접 점검하고, 글로벌 빅테크 기업 최고경영진들과 연이어 회동했다.
엔비디아 젠슨 황 CEO, 퀄컴 아카시 팔키왈라 COO 등과의 만남은 현대차그룹이 추진 중인 피지컬 AI, 자율주행, 로봇 기술 협력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특히 보스턴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와 로봇 플랫폼 ‘모베드’가 CES에서 주목받으며, 현대차그룹의 기술 경쟁력이 다시 한 번 부각됐다.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차량 내 AI, 자율주행, 생산 효율화, 로보틱스까지 아우르는 미래 기술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CES 기간 중 열린 글로벌 리더스 포럼 역시 이러한 중장기 전략에 대한 내부 공감대를 다지는 자리로 해석된다.
인도 30년, 그리고 다음 30년...글로벌 제조 허브 전략 가속
정의선 회장의 글로벌 행보는 인도에서 절정에 달했다. 그는 첸나이, 아난타푸르, 푸네에 위치한 현대차·기아 공장을 잇달아 방문하며 인도 사업 전반을 직접 점검했다. 세계 최대 인구를 보유한 인도는 이제 단순한 소비 시장을 넘어 글로벌 제조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푸네공장 가동을 통해 인도 내 연간 150만 대 생산 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이는 첸나이와 아난타푸르 공장을 포함한 인도 전략의 핵심 축이다.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가 30년간 인도 국민의 사랑 속에 성장해 왔다”며, 향후 30년을 내다보는 ‘홈브랜드 전략’을 강조했다.
기아에 대해서도 도전적 목표 설정과 민첩한 실행력을 주문하며, 인도 시장에서 브랜드와 품질 모두 최고가 될 것을 당부했다. 그는 공장 점검뿐 아니라 현지 임직원과 가족들을 직접 만나 감사의 뜻을 전하며, 사람 중심 경영 철학을 재확인했다.
현대차그룹은 인도에서 전동화 생태계 조성과 공급망 현지화를 추진하는 한편,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국민적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이동식 진료소 운영, 장애인 지원 캠페인 등은 ‘휴머니티를 향한 진보’라는 그룹 비전을 현지에서 실천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중국, 미국, 인도. 정의선 회장이 선택한 세 개의 무대는 오늘의 경쟁력과 내일의 가능성이 교차하는 곳이다. 10일간의 강행군은 단순한 일정 소화가 아니라, 현대차그룹이 미래 산업의 중심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