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이 공공조달 가격의 신뢰성을 높이고, 다수공급자계약(MAS) 제도에 남아 있던 불합리한 규제를 대폭 정비했다. 조달청은 「물품 다수공급자계약 업무처리규정」과 「물품 다수공급자계약 특수조건」 등 관련 행정규칙 2종을 개정해 2026년 1월 5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MAS 제도는 조달청이 품질과 성능이 유사한 여러 업체와 단가계약을 체결한 뒤, 해당 물품을 나라장터 쇼핑몰에 등록해 수요기관이 직접 구매하도록 하는 대표적인 공공조달 방식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1만3천여 개 기업, 약 96만 개 품목이 MAS 계약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연간 공급 규모는 18조 원을 넘어 전체 조달청 물품·서비스 계약 실적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시중 거래가격을 보다 엄격하게 관리하면서도, 기업의 가격 운영 자율성은 확대하는 데 있다. 시중에서 거래된 물품의 경우, 충분한 거래 실례가 확인되는 경우에만 MAS 등록을 허용하고 특수관계인 간 거래는 인정하지 않도록 해 가격 왜곡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반면 할인행사에 대해서는 횟수와 기간 제한을 전면 폐지해, 기업이 시장 상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가격을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MAS 계약단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납품할 경우 적용되던 우대가격 유지 의무도 완화돼, 일정 범위 내에서는 보다 자유로운 거래가 가능해졌다.
기업 부담을 줄이고 제도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도 함께 이뤄졌다. 2단계 경쟁 이후 수요기관이 규격 변경이 필요할 경우,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이를 허용해 불필요한 절차 부담을 줄였다. 현장 설치가 필요한 계약의 경우에는 계약서나 시방서에 명시된 범위를 초과하는 설치가 발생하면 사후 정산을 통해 비용을 보전받을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다. 이와 함께 신규 진입 기업의 실무 교육 이수 시점을 계약 체결 전까지로 완화하고, 사전심사 탈락 후 재신청 제한 기간을 단축해 재도전 기회를 넓혔다.
중소기업과 사회연대경제 기업에 대한 지원도 강화됐다. 부품 국산화에 기여한 중소기업에는 2단계 경쟁에서 신인도 가점을 신설했으며, 자활기업과 마을기업 등 사회연대경제 기업을 평가 항목에 포함해 공공조달 시장 진입과 판로 확대를 뒷받침한다. 한때 폐지가 예정됐던 ‘정규직 전환 우수기업’ 가점도 관련 지원사업 재개에 맞춰 유지하기로 했다.
아울러 MAS 제도의 공정성과 합리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도 강화됐다. 2단계 경쟁의 가격 평가는 제안율과 제안가격을 함께 반영하는 방식으로 개선하되, 과도한 가격 경쟁을 막기 위해 제안율 비중을 대폭 높였다. 평가 기준의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여성기업과 창업기업에 대한 수기평가 예외 조항을 없애고, 지역업체와 납기 지체 평가 기준도 보다 명확히 했다. 담합 등 중대한 불공정 행위가 발생할 경우 즉시 MAS 시장에서 퇴출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으며, 관련 결정은 외부위원이 참여하는 심의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계약 이행 관리 측면에서는 중간점검 미이행 업체에 대해 일정 기간 판매를 중지하고, 향후에는 계약이행실적평가 기준도 한층 강화할 예정이다.
조달청은 제도 개편이 현장에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전국 6개 권역에서 설명회를 열어 기업과 수요기관을 대상으로 개정 내용을 안내한다는 계획이다. 백승보 조달청장은 “이번 개정은 공정성과 합리성을 높이는 동시에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기업의 불편을 줄이는 데 중점을 뒀다”며 “자율과 경쟁 중심으로 전환되는 공공조달 환경 속에서 MAS 제도의 신뢰성과 효율성을 높여, 기업과 수요기관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조달 생태계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