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필름이나 섬유와 같은 유연한 기판 위에 전도성 잉크를 인쇄해 전자회로와 소자를 구현하는 인쇄전자 기술의 국제표준화가 한국 주도로 속도를 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4월 6일부터 10일까지 서울에서 인쇄전자 국제표준화위원회(IEC/TC119) 총회를 개최하며, 주요 국가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표준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진다.
이번 총회에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중국, 영국 등 11개국에서 약 50명의 표준 전문가가 참석해 인쇄전자 기술의 글로벌 기준 마련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인쇄전자는 잉크젯, 스크린, 롤투롤 방식 등을 활용해 전자소자를 인쇄하는 기술로, 기존 전자제품 대비 공정 단순화와 대량생산에 유리하며 제품의 유연성과 경량화를 동시에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제조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 적용 분야도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자동차 내부의 곡면 디스플레이를 비롯해 피부에 부착하는 심박수 센서, 스마트 의류 등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활용되며, 기존 전자산업의 물리적 한계를 넘어서는 핵심 기술로 평가된다.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산하 인쇄전자 표준화위원회는 한국의 제안으로 2011년 출범했으며, 현재까지 한국이 운영 간사국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2018년 이후 8년 만에 총회를 다시 개최하며, 이번 회의를 계기로 기술 표준 주도권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총회에서 한국은 인쇄전자 관련 신규 국제표준 측정법 2건을 제안했다. 첫 번째는 잉크젯 인쇄 균일도 측정법으로, 차량용 OLED 디스플레이와 이차전지 제조 공정에서 사용되는 다중 노즐 잉크의 액적 부피, 속도, 직진도를 정밀하게 평가하는 기준이다. 해당 측정법은 대량 생산 환경에서 소자의 정밀도와 회로 연결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스크린 인쇄 전극의 염화물 민감도 측정법이다. 이는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기나 스마트워치 등에 적용되는 센서의 성능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땀이나 혈액 등 생체 시료 내 농도를 보다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를 통해 센서의 신뢰성을 높이고, 검증된 전극 제품의 시장 공급 확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가기술표준원은 인쇄전자 기술이 제조 공정 단순화와 대량생산이라는 강점을 기반으로 자동차, 디스플레이, 헬스케어 등 다양한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는 만큼, 표준화를 통해 기술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번 총회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해석된다.







